<영화 대사> 쩨쪠한로맨스 다림(최강희) 정배(이선균)
- 작성일2011/09/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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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정배의 집 / 낮
어두운 얼굴로, 지금까지 그린 만화원고를 정리해 서류봉투에 넣는 정배.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그냥 멍하니 앞만 바라본다.
멀리서 뛰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정배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진한 한숨...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며, 밝은 목소리로,
다림>나 왔어요.
방문 너머로 정배를 힐끔 한 번 보고는 뭔가를 찾는 다림,
그게 휴대폰이었는지, 정배의 옆에 있던 휴대폰을 새침한 표정으로 들고 나간다.
정배, 책상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나간다.
소파에서, 어제 산 귀여운 여자캐릭터 휴대폰고리를 정배의 휴대폰에 매달고 있는 다림.
다림, 정배가 소파에 앉자 새침하게 웃으며,
다림원래 똑같은 걸 사려고 했는데... 없어서...
휴대폰 고리가 잘 안 걸어진다.
애쓰는 다림의 모습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는 정배. 너무 괴롭다.
하지만, 서류봉투를 다림에 앞으로 밀어 놓는다.
다림이게 뭐예요?
침묵하는 정배. 아무래도 정배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음을 느끼는 다림.
휴대폰과 휴대폰 고리를 일단 내려놓고, 서류봉투를 여는 다림. 안에는 만화원고가 들어있다.
다림읽었잖아요?
정배...
다림(정배의 표정을 살피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정배... 내가... 어딜 좀 가게 됐어요.
다림어딜?
정배...
다림어딜요?
정배... 파키스탄.
다림, 정배의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하고 어리둥절하다.
다림아니 거길 왜요? 언제?
정배... 다음 주 목요일.
너무 뜻밖의 발언이라 얼떨떨한 다림. 손에 든 만화원고를 본다. 서서히 느낌이 온다.
다림의 시선을 피하는 정배, 고개를 아래로 처박으며,
정배미안해요... 끝까지 같이 못해서...
다림(정신을 가다듬고서)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정배일이 좀 생겼어요.
다림무슨 일?
정배... 뭘 좀 찾아야 돼요.
다림(격앙된)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정배...
다림누가 거기서 실종됐어요? 정배씨가 안가면 사람이 죽어요?
정배아니... 그냥 개인적인 거예요.
다림그럼 가지 말아요. 이거 끝내고 가든지! 우리가 어떻게 한 작업인데? 못가요. 절대 못가!
정배... 미안해요.
다림싫다니까! 못 간다니까!
만약 이대로 가버리면... 나 다신 정배씨 안 볼 거예요!
정배... 소중한 거예요.
다림소중한 거?
다림, 가슴이 아려온다.
다림그럼 난?
정배...
다림우리 작품은? 우리가 보낸 시간은?
정배...
다림아... 정배씨한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정배나한테도 소중해요. 하지만 이건 다른 거예요.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정배의 이 마지막 한마디가 다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눈물이 핑 도는 다림. 정배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은 다림, 고개를 숙이고 짐을 챙긴다.
다림... 알았어요.
짐을 챙겨들고, 나가는 다림.
정배알고 싶어요? 찾는 게 뭔지?
다림(멈춰 서서, 눈물을 정리하고 돌아선다) 들으면 뭐가 달라져요?
침묵하는 정배의 모습에, 금세 다림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다림... 아니 안 들을래요.
(만화원고를 내보이며) 이거 정말 내가 가져가도 되는 거죠?
정배... 네.
다림그동안 즐거웠어요.
그 소중한 거... 꼭 찾길 바래요.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정배를 향해 다시 돌아서는 다림. 눈물이 뺨 위로 흐르고 있다.
다림가지 말아요.
정배... 미안해요.
현관 밖으로 사라지는 다림. 얼굴을 양손에 파묻는 정배.